지난 7월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볼룸 & 아셈 볼룸에서 개최된 모던 그로스 스택(Modern Growth Stack 2023, 이하 MGS 2023) 컨퍼런스의 주요 세션 내용을 정리하여 MGS 2023 현장 스케치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MGS 2023는 AB180에서 개최한 애드테크&마테크 컨퍼런스로, 온오프라인 2,000여 명이 참여, 국내외 49명 연사의 36개 세션을 통해 디지털 프로덕트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의 철학과 가치, 비즈니스 노하우를 공유하였습니다.
👉 MGS 2023 컨퍼런스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현장 스케치는 이 포스트에서 확인해 보세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저스틴 바우어(Justin Bauer) 앰플리튜드 CPO와 윤현신 펫프렌즈 CEO가 함께 진행한 ‘데이터 기반: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성장을 이끌어내는 프로덕트 개발 방법(Data-Driven: How the World's Leading Companies are Driving Growth Through Iterative Product Development)’ 세션의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세계 최고 기업들의 데이터 기반 성장 방법과 더불어 펫프렌즈의 실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저스틴 바우어 앰플리튜드 CPO는 현재 자리에 오기까지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서가는 기업들로부터 배운 점을 공유하며 세션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앞서가는 기업’이라 하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적인 창업자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제품을 구상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사실 진취적인 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성공하는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까요?
“성장을 위해 매일 1%씩 더 나아지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미국의 음식 배달 브랜드 DoorDash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매일 1%씩 발전하자(Get 1% better every day)’는 성공하는 기업들이 성장하는 방법을 잘 나타내는 문구입니다. 이 1%는 성공하는 기업이 되기에 너무 미미하게 보일 수 있지만, 매일 작은 개선이 누적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엄청난 성장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확신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공적인 기업들은 폭발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단 한가지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꾸준한 개선을 통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매일 점진적이고 꾸준하게 성장하는 방법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스포티파이(Spotify)는 앰플리튜드의 고객사 중 하나로 매우 훌륭한 데이터 기반을 갖춘 회사입니다. 스포티파이가 거시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실험 문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스포티파이의 홈페이지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이 페이지의 타일, 문구, 알고리즘 등 모든 세부 기능을 매일 실험합니다. 놀랍게도 이 페이지에서만 매년 250개 이상의 실험이 이루어집니다. 커다란 변화보다는 작은 개별 기능을 매일 테스트하면서 유저의 프로덕트 경험을 점진적으로 개선합니다. 이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덕트의 성장을 이루고 싶다면, 많은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팀원이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도록 팀 전체에 실험 문화가 깃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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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스포티파이 사례와 같이 모든 팀원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할 수 있는 실험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스틴 바우어 CPO는 이러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세 가지 중요한 핵심 요소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첫 번째는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로 유저의 모든 프로덕트 여정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유저는 단순히 하나의 채널이 아니라 스마트폰, PC, 스마트 워치 등 다양한 채널로 프로덕트를 경험합니다. 평소 잘 이용하지 않는 채널로 접속했다는 이유로 충성 유저를 신규 유저로 착각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원한다면 개별 유저의 통합적인 프로덕트 경험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데이터 인프라가 바탕이 되어야만 “앞으로 2주간 얼마나 많은 유저가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있는가?”, “리워드 안내를 받은 후 일주일간 2번 이상 구매한 유저는 몇 명인가?”와 같은 질문에 정확하게 답하고 의미 있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사이트입니다.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했다면 이제 여러분의 비즈니스 목표와 깊은 관련이 있는 프로덕트의 주요 지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브랜드와 프로덕트의 비전, 전략, 비즈니스 목표를 나타내는 단 하나의 지표를 북극성 지표(North Star Metric)라고 합니다. 북극성 지표는 궁극적으로 프로덕트의 어떤 변화와 개선을 이뤄내려고 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북극성 지표를 직접 바꾸는 것이 핵심은 아닙니다. 북극성 지표는 최종 목표를 나타내기 때문에 실제로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느린 지표(Lagging Indicators)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북극성 지표를 움직이게 하는 선행 지표(Leading Indicators)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이 선행 지표를 개선시키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매일 개선해 나간다면, 비즈니스의 궁극적인 목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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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기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기업의 마케팅 팀은 신규 유저에게 티켓 구매 화면에서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을 전부 투명하게 보여주면 LTV(Life Time Value, 고객 생애 가치)가 개선될 것이라는 자신 있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에 신규 유저 중 일부를 기존 가격 표시 그룹, 투명한 가격 표시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투명한 가격 표시 그룹에서의 수익이 더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 실험은 실패한 실험이지만,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실패한 실험도 성공한 실험 못지않게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이 기업의 마케팅 팀이 실험을 하지 않고 모든 유저에게 가격을 투명하게 표시했더라면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잃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실험 결과를 분석하여 통제군의 유저가 더 좋은 좌석을 구매했다는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가격에 따른 프리미엄 좌석 수요의 변화에 관한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실험 문화는 새로운 기능의 성과를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프로덕트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실험 문화의 중요성과 핵심 요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서 실제로 실험 문화를 정착시키며 빠른 성장을 만들어 낸 펫프렌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윤현신 펫프렌즈 CEO가 실험을 도입하고자 했을 때, 처음엔 많은 팀원들이 기존과 완전히 다른 업무 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점차 팀원들도 실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몸소 경험하면서 기존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에 펫프렌즈가 실험을 통해 성장한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펫프렌즈는 항상 랜딩페이지(유저가 처음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보게 되는 페이지)를 최적화하여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동안 펫프렌즈는 랜딩페이지에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광고하고 있는 제품들만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이후 한 신입사원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광고하고 있지 않은 다른 제품을 랜딩페이지에 노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윤현신 CEO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신입사원의 적극적인 태도를 격려하고자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험 결과 랜딩페이지 제품을 광고하지 않는 제품으로 변경했을 때 구매 전환율이 15%나 증가하는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이 사례는 직관과 반대되는 의견이더라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 문화가 성장을 이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윤현신 CEO는 이 일을 통해 실험 문화가 성장의 주요 동력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펫프렌즈는 유저 LTV를 늘리기 위해 펫 커머스 업계의 1위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펫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새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의 성과를 검증합니다.
펫프렌즈는 결제 페이지 하단에 적립 예정 포인트의 일부를 기부할 수 있는 버튼을 만들었습니다. 이 기부금은 유기동물 보호를 위해 사용되며 올해는 ‘제주 유기동물쉽터 돕기 바자회’와 ‘안성평강공주보호소 돕기 자선 바자회’에 각각 300만원 상당의 물품 기부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기부 버튼에 많은 유저가 참여했던 것은 아닙니다. 윤현신 CEO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생성한 기부 기능이기에, 유저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아 이 기능이 LTV를 높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기부 버튼이 가져오는 LTV의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펫프렌즈는 기부 버튼에 여러 변화를 시도하면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여러 시도 끝에, 기부 버튼 근처에 기부에 관련된 스토리를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했을 때, LTV의 상승폭이 점점 커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단순히 기능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유저에게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스토리와 즐거움을 함께 선사했을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세션을 통해 데이터 기반 가설 중심 문화가 비즈니스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세션에서 살펴본 진취적인 기업의 성장 비결과 실험의 성공/실패 사례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여러분의 프로덕트 성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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